
그린워싱의 정의 및 역사 그린워싱 사례와 규제동향 자발적탄소시장에 떨어진 폭탄 그린워싱과 텍소노미, ESG 투자 KSVA 리서치팀 2025. 03. |

그린워싱의 정의 및 역사
그린워싱은 기업이나 단체가 실제로는 환경 보호 활동을 충분히 실천하지 않으면서, 광고나 마케팅을 통해 자신들의 제품, 서비스, 정책 등이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보이도록 속이는 행위를 말한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는 용어는 1986년 미국의 환경운동가이자 연구자인 제이 웨스터벨트(Jay Westerveld)가 처음 사용했다. 그는 당시에 호텔들이 "타월 재사용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환경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비용 절감을 위해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 바 있다. 웨스터벨트는 이 사례를 두고, 환경에 대한 진정성 없는 마케팅 캠페인이 증가하는 현상을 "그린워싱"이라고 표현했다. “그린워싱”은 Green(녹색)과 Whitewashing(겉치레 또는 은폐)의 합성어로 구성된다.
1. 1980년대: 개념의 등장
환경 문제가 처음 대중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기로 산업화와 환경오염에 대한 반발로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키워드가 마케팅에 활용되기 시작했으며 “그린워싱”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이 시기에는 재활용, 자원 절약 같은 표어가 많이 사용되었지만, 실제로 이러한 주장에 대한 검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1985년 어떤 기업들은 냉장고 제품에서 "CFC-Free(프레온가스 없는)"라는 라벨을 붙여 친환경적이라고 광고했지만, 대체 화학물질이 더 심각한 환경 문제를 유발할 수 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2. 1990년대: '환경 책임' 홍보 확대
1990년대에는 대기업들이 환경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홍보에 활용했으며 화석연료 산업이나 화학 산업 같은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이 이러한 홍보를 통해 환경영향에 대한 비판을 회피하려 시도하였다. 영국의 다국적 석유 및 가스회사인 BP(British Petroleum)가 “Beyond Petroleum(석유를 넘어)”라는 슬로건을 사용하며 재생에너지 개발에 앞장서는 이미지를 강조했으나 화석연료 기반의 비즈니스의 한계와 함께 2010년 미국 멕시코만 기름 유출사고에 따른 대규모 환경피해 등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탄소시장의 확대와 함께 탄소배출권이 주목을 받자 항공사와 자동차 회사들이 탄소 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해 나무를 심거나 탄소 배출권을 구매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배출량 감소는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3. 2000년대: 소비자와 NGO의 반발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소비자와 환경단체들은 기업의 그린워싱 사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다. 화장품 브랜드들이 재활용 가능한 포장을 강조했지만, 실제 제품 성분은 환경에 유해하다는 점을 비판하였고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며, 기업의 탄소 배출 주장과 환경 공약이 과장된 사례도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4. 2010년대~현재: 디지털 시대와 그린워싱
ESG 투자와 지속 가능한 소비가 세계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업들은 환경 책임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사업영역을 친환경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광고를 하거나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이에 대한 활동을 과장하는 등의 사례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기업의 과장된 환경 주장이 더 빠르게 폭로되며 소비자간에 공유되고 있다. 패션산업에서 지속가능성 마케팅을 활용하면서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이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는 제품 라인을 강조했지만, 그 라인의 비율은 전체 제품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여 과장된 광고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그린워싱으로 ‘알려진’ 국내사례
‘알려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유는 “그린워싱”이라는 기준이 객관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컨설팅 기업인 TerraChoice이 2010년 7가지 기준을 제시한 바 있으나 그린워싱으로 알려진 사례들은 판단이 모호한 경우가 있다는 점을 먼저 언급하고 사례들을 살펴보겠다.

1. 롯데칠성음료의 자연 이미지 남용
롯데칠성음료는 제품 홍보에 멸종위기종인 황제펭귄과 해달 등의 자연 이미지를 사용하여 소비자들에게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려 했다. 그러나 해당 제품은 화석연료를 가공해 만든 플라스틱병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린워싱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소비자가 선정한 '최악의 그린워싱(자연 이미지 남용)' 1위 사례가 되었다. (다만 이렇게 지적한다면 음료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용수 및 에너지 사용까지 언급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행위 자체가 환경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2. 한국전력공사(한전)의 녹색채권 발행 논란
한전은 재생에너지 투자 명목으로 녹색채권을 발행했지만, 실제로는 화석연료 기반 사업의 적자를 메우는 데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로 인해 국내외 환경단체들은 한전의 행태를 그린워싱으로 규탄하며, 관련 금융기관들에게도 채권 발행 중단을 요구하였다. 녹색채권 및 텍소노미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살펴보도록 하겠다.

3. 이니스프리의 '종이병' 마케팅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종이병'이라는 문구로 제품을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플라스틱 용기를 종이로 감싼 형태에 불과했다. 이러한 행태는 소비자들에게 친환경적인 제품으로 오인하게 만들어 그린워싱 논란을 일으켰다. 이 경우는 명확하게 “그린워싱”으로 분류가 가능한데 TerraChoice의 기준 중 ‘거짓말(Fibbing)’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광고 중단 명령 및 개선을 요구하였다.
4. 현대건설과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의 ESG 보고서 누락
현대건설과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등 일부 기업들은 ESG 보고서에서 환경 관련 위반 사실을 누락하거나 축소하여 보고한 사례가 발견되었다. 이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 보고서에 대한 신뢰성을 저하시켜 그린워싱 우려를 증폭시킨바 있다. ESG 보고서(주로 지속가능성보고서)는 정보공개 항목의 표준인 GRI 가이드라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뷰티콘테스트라는 이야기가 있을만큼 자사에 부정적인 내용은 포함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사례는 TerraChoice 기준 중 ‘Lesser of two Evil’을 고려할 수는 있겠으나 특정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기업 경영 전반에 대한 것으로 위의 기업뿐 아니라 대부분의 ESG 보고서 발간기업에 해당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린워싱으로 제제를 받은 해외사례
1. 미국: 월마트와 FTC의 벌금 부과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는 자사의 일부 제품이 합성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친환경"이라고 허위 광고한 사례가 적발되었다. 이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허위 광고 행위가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판단하여 월마트에 3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였다. 이는 그린워싱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강경 대응 사례로, 기업들이 환경 관련 홍보를 할 때 과학적 근거와 신뢰성을 요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2. 유럽연합: H&M과 지속 가능성 허위 주장
패스트패션 SPA 브랜드 H&M은 제품에 'Conscious Collection(의식 있는 컬렉션)'이라는 라벨을 붙이며 친환경적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했으나, 일부 제품은 실제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EU 회원국 일부에서 H&M의 광고를 허위 및 과장된 환경 주장으로 간주하여 해당 캠페인 중단 명령을 내렸으며, EU의 소비자 보호 협회는 추가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EU는 Green Claims Directive(녹색마케팅 규제)를 강화하고, 환경 주장에 대한 과학적 검증과 제3자 평가를 의무화하도록 추진 중이다.
3. 영국: BP와 에너지 광고 규제
BP는 광고를 통해 자사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것처럼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회사의 투자 대부분이 석유와 가스 산업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영국 광고 표준 위원회(ASA)는 BP의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보고 광고 중단 명령을 내렸다. BP사는 2050년 탄소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저탄소 및 신재생에너지 신규사업 개발에 매년 5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고 기후변화 대응 연구개발 기금에 10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2023년 기준 BP사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약 6.4GW 수준으로 전체 발전량의 약4%이므로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4. 프랑스: 에너지 기업 Total의 탄소중립 주장
Total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와 탄소 배출 상쇄를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석유와 가스 생산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프랑스 환경단체들이 제기한 소송으로 인해 Total은 광고 중단 명령을 받았으며, 추가적으로 거짓 정보 제공 혐의로 프랑스 법원의 조사를 받았다. 이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왜냐하면 경영활동을 영위하는 기업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탄소배출 상쇄(배출권 구매)가 필수적이다. 다만 진정성있는 온실가스 감축노력과 함께 상쇄배출권을 구매하여 탄소중립을 달성하는가 아니면 감축노력 없이 배출권만 구매하는가에 따라서 비판을 받을 수는 있다.
5. 호주: 자동차 제조사 도요타(Toyota)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환경 친화적이라고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배출량이 여전히 상당하다는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호주 소비자 및 경쟁위원회(ACCC)는 도요타의 광고를 허위로 간주하고 벌금 부과와 광고 중단 명령을 내렸다. 호주 정부는 자동차 산업을 포함한 모든 지속 가능성 주장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국가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 내연차보다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있으나 전기차 및 수소차와 비교하면 배출량이 높다. 물론 EU나 국내의 녹색분류체계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은 해당되지 않지만 비교대상 베이스라인과 전환과정의 기여도를 고려할 필요는 있다고 판단된다.
그린워싱에 대한 국내기업 인식
놀랍게도 국내 그린워싱 사례에 대한 적발 건수는 2021년 약3백건에서 2022년 이후 매년 4천~5천건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과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을 개정해 2023년 9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또한 ‘사업자를 위한 환경 관련 표시․광고 셀프 체크리스트’가 개발되어 사업자 스스로 법 위반 가능성을 점검할 수 있다.

그러나 2024년 대한상의가 국내 기업 중 100개사를 대상으로 ‘그린워싱에 대한 기업의견’을 조사한 결과, 그린워싱 기준에 대해 ‘매우 잘 안다’는 답변은 10%, ‘어느 정도 안다’는 26%, ‘보통’은 19%, ‘잘 모른다’는 43%, ‘전혀 모른다’는 2%로 나타났다. 즉 구체적인 그린워싱 규정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의견이 절반에 달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시행 중인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두 가지 규정에 대해 ‘둘 다 모른다’는 응답이 57.0%로 가장 높았고, ‘두 가지 규정 모두 알고 있다(24.0%)’, ‘환경부 고시만 알고 있다(19.0%)’, ‘공정위 지침만 알고 있다(0.0%)’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 기업들의 36.0%가 자사의 그린워싱 대응 수준이 ‘낮다’고 응답하여 규정에 대한 인식수준과 대응수준이 모두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를 통하여 그린워싱 사례적발건수의 증가추이가 왜 나타나고 있는지 알수 있다. 또한 그린워싱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어떤 조치들을 시행할 계획인지 묻는 질문에는 ‘별도 대응 계획 없다(41.0%)’는 응답이 가장 많아 그린워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 상황이다.
탄소시장의 그린워싱 충격
자발적 탄소시장(Voluntary Carbon Market, VCM)은 기업들이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배출권을 구매하거나 상쇄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시장이다. 현재까지 자발적 탄소시장의 방법론 표준은 주로 VERRA의 VCS(Verified Carbon Standard)가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조사결과 VERRA의 인증 체계와 그 배출권의 실제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VERRA가 인증한 산림 보존 프로젝트(REDD+)는 "산림 파괴를 막아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목표하에서 정당성을 부여받고 있었다. 그러나 2023년 가디언과 독일의 비영리 언론 Die Zeit, 소스머티리얼(SourceMaterial)이 공동 조사한 결과 검토된 프로젝트의 94%가 실질적인 환경 개선 효과가 없거나 과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 보존으로 인해 실제로 방지된 탄소 배출량이 보고된 것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즉 일부 프로젝트에서는 이미 보존되고 있는 산림을 보호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추가 감축 효과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배출권을 발행받았다.
또한 REDD+ 프로그램은 산림 개발로 인한 탄소 배출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배출권을 발행하지만, 실제로는 해당 지역의 산림이 개발될 계획이 없었음에도 배출권이 발행된 경우가 많았다. 이는 가상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허구적인 배출 감축을 주장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VERRA가 인증한 브라질 아마존 지역의 REDD+ 프로젝트 중 다수가 "보존된 산림"에 대해 배출권을 발행하였으나 해당 지역은 산림 파괴 위험이 낮아 추가적인 보호 조치가 필요하지 않았다. 이러한 여파는 탄소 배출권 구매 기업들인 구글, 디즈니, 쉘 등 글로벌 대기업들의 탄소중립 활동에 영향을 주었고 이후 탄소시장 전체에서 배출권 구매활동을 위축시켰다.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ICVCM(Integrity Council for the Voluntary Carbon Market)과 같은 국제 기구가 자발적 탄소 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인증 기준을 강화하고, 과학적이고 검증 가능한 상쇄 효과를 요구하는 표준화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탄소시장의 신뢰성을 회복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고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적인 옵션이 사라지는 영향을 미치게 되어 “넷제로”와 “그린워싱”에 더욱 취약하게 되었다.
그린워싱의 제도적 보완책, 녹색분류체계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는 금융 및 기업 활동의 친환경성을 평가하고 정의하기 위한 분류 체계로, 그린워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U에서 처음으로 개발되었다.
2019년 유럽연합(EU)은 그린워싱 방지와 지속 가능한 투자 확대를 목표로 EU Taxonomy Regulation을 도입하였고 기업과 금융기관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활동"을 주장하려면, EU 녹색분류체계 기준에 따라 과학적이고 투명하게 입증해야 한다. 이를 위한 환경 목표 6가지는 (1) 기후 변화 완화, (2) 기후 변화 적응, (3) 수자원 관리, (4) 자원 효율화 및 순환 경제, (5) 오염 방지, (6) 생물 다양성 보호이며 초안은 기후변화완화와 적응 관점에서 기여도가 높아야 하며 다른 환경목표들의 성과를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 국내에서는 EU 체계를 참고하여 2021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를 개발하였고 2023년 2월 업데이트 버전을 발표하였다. 완전한 친환경 경제로 전환되기 전 과도기적인 기술을 허용하여 LNG 발전이나 원자력발전이 포함되기도 하였다.

주목할 점은 과연 녹색분류체계가 그린워싱을 방지할 수 있는 솔루션이 될 것인가 여부인데 긍정적 측면은 다음과 같다.
1. 그린워싱 방지
모호하거나 과장된 환경 주장을 방지하여, 친환경 활동의 신뢰도를 높이리 수 있다. 또한 투자자와 소비자들에게 명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단, 실제로 녹색분류체계의 기준은 여전히 모호한 부분들이 존재하여 기업이 녹색분류 확실성을 증명하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2. ESG 투자 촉진
금융기관은 녹색분류체계를 활용해 지속 가능 금융 상품을 개발하고, 친환경 기업에 자금을 배분할 수 있다. 또한 투자 결정의 기준을 제공하여 ESG 투자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3. 정책 일관성 제공
국가와 기업의 지속 가능성 목표를 조율할 수 있는 명확한 틀을 제공한다. 정책적 관점에서 환경 및 기후 목표와 산업 전략 간의 연계를 강화할 수 있다.
4. 산업 전환 촉진
기존의 탄소집약산업이 친환경산업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특히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전환 활동"을 인정하여, 탄소 집약적 산업의 점진적 전환을 지원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장애 요인 역시 존재하며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복잡성과 이해 부족
녹색분류체계 기준이 과학적이고 세밀하게 설계되어, 기업과 금융기관이 이를 이해하고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온실가스의 경우 배출량만 계산해왔었는데 전과정분석(LCA)을 통한 접근이 필요하다. ESG 경영과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은 대응이 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2. 산업 간 이해관계 충돌
일부 산업(예: 석유, 가스, 원자력)은 자신들의 활동이 녹색분류체계에서 친환경으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논란이 될 경우 경제적 타격이 되므로 협회 차원 등 반발하는 경우가 많다. EU에서는 원자력과 천연가스 포함 여부를 둘러싸고 회원국 간 갈등이 발생한 바 있다.
3. 국가 간 차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한국의 산업 특수성을 반영하고자 했지만 글로벌 기준과 차이가 나는 경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다국적 기업들은 서로 다른 기준에 맞춰야 하므로 복잡성이 증가하며 자금을 투자하는 금융기관 관점에서도 호환성을 고려해야 한다.
4. 데이터 부족과 검증 문제
기업의 환경 성과 데이터를 수집하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ESG 경영 과정에서 이미 많은 자원이 투입되고 있는데 녹색분류체계는 기업의 부담을 증가시킨다. 신뢰성 있는 제3자 검증 시스템이 부족하면, 그린워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비용 부담을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참고로 금융위원회는 2024년 12월 환경부, 금융감독원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를 여신에 적용하기 위한 '녹색여신 관리지침'을 제정하였다. 녹색여신 관리지침은 금융회사가 취급하는 여신이 녹색경제활동에 적합한지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으로, 자금의 사용목적이 녹색분류체계에 부합하고, 해당 지침의 내부통제 기준을 준수해 취급되는 여신이 그 대상이 된다. 녹색여신 취급 내부통제 기준과 관련해서는 금융회사가 취급하는 여신이 녹색분류체계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와 절차 및 근거 등을 상세히 제시하고, 금융회사 내부에 녹색여신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녹색여신 책임자를 지정할 수 있게 했다. 금융사는 기업 등 자금 사용 주체를 대신해 녹색분류체계 적합성 판단을 할 수 있다. 녹색분류체계 판단 기준 중 배제기준(환경피해를 유발하지 않는지 여부), 보호기준(관련 법규 준수 여부)은 채무자의 확인서 등으로 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단, 녹색금융 취급이 초기인 점을 고려해 금융사들이 자발적으로 여신 업무에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나 향후 의무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린워싱과 ESG 투자
2024년 11월 <부산일보>는 한국거래소에 등록된 국내 녹색채권 전수 조사를 벌여, 각 채권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구별해 분석하고 이를 부산닷컴(www.busan.com)에 공개했다. 분석 대상은 2018년 국내 첫 녹색채권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6년간 발행된 361건의 채권이며, 총발행액은 33조 5561억 원이다. 조사결과 채권 발행액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하로 나타났다. 녹색채권은 수소 에너지 프로젝트에도 상당한 투자를 했는데, 모두가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그레이수소’ 사업이었다(녹색분류체계에서는 그린수소를 인정, 전환단계에서는 블루수소 인정). 국내 산업 현장에서 녹색채권을 활용하는 경우는 절반 이상이 전기차 등에 쓰이는 배터리 관련이었다. 데이터센터·쇼핑몰·고층 타워 등 전력 소비가 큰 시설을 짓는 데에도 녹색채권이 투입됐다.
자금의 흐름이나 외부 공시 내용 등에서 신뢰성을 훼손하는 경우도 다수 발견되었다. 같은 프로젝트에 투자하면서 채권마다 탄소 저감 효과 등이 다르게 표기돼, 공시 내용의 허술함이 드러나기도 했다. 녹색채권이 특정 회사에 대한 출자금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녹색 프로젝트 투자보다 특정 기업에 대한 지배력 강화가 실제 목적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었다. 공기업이 가장 많이 투자한 분야는 ‘그린워싱’ 논란의 LNG 발전소 투자 사업이나 국내 녹색분류체계에서는 전환부문으로 인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2030~2035년까지 공사계획을 인정받은 설비에 대해서는 그린워싱의 공격에서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문제는 ESG 목표를 내세운 상장지수펀드(ETF)가 최근 정치 및 규제 반발 속에서 재브랜딩되거나 폐지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인텐셔널 리빙 FP의 최고경영자(CEO) 짐 크라이더는 ESG에 특별히 투자하려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사를 제외하고는 관련 마케팅이 거의 사라졌다고 언급하고 있다. 특히 ESG 펀드가 주장하는 지속 가능성을 과장하는 '그린워싱' 문제가 제기되며, 규제 당국은 이를 단속하기 시작해 투자가 위축됐다는 평가이다. 기업들이 본래 의도했던 환경적 성과에 미치지 못하거나 펀드가 기대했던 수익률을 내지 못하자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ESG ETF들이 석탄,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 추출 기업 및 담배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들에 투자하고도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그린워싱 문제를 지적하였다. 이와 같이 ESG 투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서 ETF 명칭에서 'ESG'나 '지속 가능'이라는 용어를 제거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소결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 하에서 녹색금융 규모는 2009~2013년 6조원~17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그러나 최근 ESG 채권 및 펀드의 그린워싱 이슈와 같이 실질적으로 엄격한 의미의 친환경 기준을 만족한다고 볼 수 없다. 기업의 과도한 마케팅으로 친환경을 활용하는 측면에서는 그린워싱을 견제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기업경영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그린워싱으로 분류해버리는 오류도 존재한다. 기업의 자발적 활동으로 매우 중요한 두 축이 “탄소중립”과 “RE100”이라고 한다면 자발적탄소시장의 신뢰성 저하로 인해 탄소중립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고 RE100 역시 기업의 다른 활동에서 비친환경성이 드러난다면 그린워싱으로 공격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각국의 그린워싱 규제까지 강화되고 있는데 기업들은 이에 대한 인식과 대응전략도 부족한 상황이다. 한 편에서는 녹색분류체계와 녹색채권을 통하여 저탄소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는데 한 편에서는 그린워싱으로 인한 규제가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모순적이기 보다는 균형을 맞추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고 기업은 그 동안 긍정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았던 ESG 활동을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분류하고 신뢰할 수 있는 근거하에서 대외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겠다.
그린워싱의 정의 및 역사
그린워싱 사례와 규제동향
자발적탄소시장에 떨어진 폭탄
그린워싱과 텍소노미, ESG 투자
KSVA 리서치팀
2025. 03.
그린워싱의 정의 및 역사
그린워싱은 기업이나 단체가 실제로는 환경 보호 활동을 충분히 실천하지 않으면서, 광고나 마케팅을 통해 자신들의 제품, 서비스, 정책 등이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보이도록 속이는 행위를 말한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는 용어는 1986년 미국의 환경운동가이자 연구자인 제이 웨스터벨트(Jay Westerveld)가 처음 사용했다. 그는 당시에 호텔들이 "타월 재사용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환경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비용 절감을 위해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 바 있다. 웨스터벨트는 이 사례를 두고, 환경에 대한 진정성 없는 마케팅 캠페인이 증가하는 현상을 "그린워싱"이라고 표현했다. “그린워싱”은 Green(녹색)과 Whitewashing(겉치레 또는 은폐)의 합성어로 구성된다.
1. 1980년대: 개념의 등장
환경 문제가 처음 대중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기로 산업화와 환경오염에 대한 반발로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키워드가 마케팅에 활용되기 시작했으며 “그린워싱”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이 시기에는 재활용, 자원 절약 같은 표어가 많이 사용되었지만, 실제로 이러한 주장에 대한 검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1985년 어떤 기업들은 냉장고 제품에서 "CFC-Free(프레온가스 없는)"라는 라벨을 붙여 친환경적이라고 광고했지만, 대체 화학물질이 더 심각한 환경 문제를 유발할 수 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2. 1990년대: '환경 책임' 홍보 확대
1990년대에는 대기업들이 환경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홍보에 활용했으며 화석연료 산업이나 화학 산업 같은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이 이러한 홍보를 통해 환경영향에 대한 비판을 회피하려 시도하였다. 영국의 다국적 석유 및 가스회사인 BP(British Petroleum)가 “Beyond Petroleum(석유를 넘어)”라는 슬로건을 사용하며 재생에너지 개발에 앞장서는 이미지를 강조했으나 화석연료 기반의 비즈니스의 한계와 함께 2010년 미국 멕시코만 기름 유출사고에 따른 대규모 환경피해 등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탄소시장의 확대와 함께 탄소배출권이 주목을 받자 항공사와 자동차 회사들이 탄소 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해 나무를 심거나 탄소 배출권을 구매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배출량 감소는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3. 2000년대: 소비자와 NGO의 반발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소비자와 환경단체들은 기업의 그린워싱 사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다. 화장품 브랜드들이 재활용 가능한 포장을 강조했지만, 실제 제품 성분은 환경에 유해하다는 점을 비판하였고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며, 기업의 탄소 배출 주장과 환경 공약이 과장된 사례도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4. 2010년대~현재: 디지털 시대와 그린워싱
ESG 투자와 지속 가능한 소비가 세계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업들은 환경 책임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사업영역을 친환경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광고를 하거나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이에 대한 활동을 과장하는 등의 사례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기업의 과장된 환경 주장이 더 빠르게 폭로되며 소비자간에 공유되고 있다. 패션산업에서 지속가능성 마케팅을 활용하면서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이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는 제품 라인을 강조했지만, 그 라인의 비율은 전체 제품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여 과장된 광고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그린워싱으로 ‘알려진’ 국내사례
‘알려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유는 “그린워싱”이라는 기준이 객관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컨설팅 기업인 TerraChoice이 2010년 7가지 기준을 제시한 바 있으나 그린워싱으로 알려진 사례들은 판단이 모호한 경우가 있다는 점을 먼저 언급하고 사례들을 살펴보겠다.
1. 롯데칠성음료의 자연 이미지 남용
롯데칠성음료는 제품 홍보에 멸종위기종인 황제펭귄과 해달 등의 자연 이미지를 사용하여 소비자들에게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려 했다. 그러나 해당 제품은 화석연료를 가공해 만든 플라스틱병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린워싱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소비자가 선정한 '최악의 그린워싱(자연 이미지 남용)' 1위 사례가 되었다. (다만 이렇게 지적한다면 음료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용수 및 에너지 사용까지 언급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행위 자체가 환경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2. 한국전력공사(한전)의 녹색채권 발행 논란
한전은 재생에너지 투자 명목으로 녹색채권을 발행했지만, 실제로는 화석연료 기반 사업의 적자를 메우는 데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로 인해 국내외 환경단체들은 한전의 행태를 그린워싱으로 규탄하며, 관련 금융기관들에게도 채권 발행 중단을 요구하였다. 녹색채권 및 텍소노미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살펴보도록 하겠다.
3. 이니스프리의 '종이병' 마케팅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종이병'이라는 문구로 제품을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플라스틱 용기를 종이로 감싼 형태에 불과했다. 이러한 행태는 소비자들에게 친환경적인 제품으로 오인하게 만들어 그린워싱 논란을 일으켰다. 이 경우는 명확하게 “그린워싱”으로 분류가 가능한데 TerraChoice의 기준 중 ‘거짓말(Fibbing)’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광고 중단 명령 및 개선을 요구하였다.
4. 현대건설과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의 ESG 보고서 누락
현대건설과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등 일부 기업들은 ESG 보고서에서 환경 관련 위반 사실을 누락하거나 축소하여 보고한 사례가 발견되었다. 이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 보고서에 대한 신뢰성을 저하시켜 그린워싱 우려를 증폭시킨바 있다. ESG 보고서(주로 지속가능성보고서)는 정보공개 항목의 표준인 GRI 가이드라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뷰티콘테스트라는 이야기가 있을만큼 자사에 부정적인 내용은 포함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사례는 TerraChoice 기준 중 ‘Lesser of two Evil’을 고려할 수는 있겠으나 특정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기업 경영 전반에 대한 것으로 위의 기업뿐 아니라 대부분의 ESG 보고서 발간기업에 해당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린워싱으로 제제를 받은 해외사례
1. 미국: 월마트와 FTC의 벌금 부과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는 자사의 일부 제품이 합성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친환경"이라고 허위 광고한 사례가 적발되었다. 이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허위 광고 행위가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판단하여 월마트에 3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였다. 이는 그린워싱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강경 대응 사례로, 기업들이 환경 관련 홍보를 할 때 과학적 근거와 신뢰성을 요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2. 유럽연합: H&M과 지속 가능성 허위 주장
패스트패션 SPA 브랜드 H&M은 제품에 'Conscious Collection(의식 있는 컬렉션)'이라는 라벨을 붙이며 친환경적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했으나, 일부 제품은 실제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EU 회원국 일부에서 H&M의 광고를 허위 및 과장된 환경 주장으로 간주하여 해당 캠페인 중단 명령을 내렸으며, EU의 소비자 보호 협회는 추가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EU는 Green Claims Directive(녹색마케팅 규제)를 강화하고, 환경 주장에 대한 과학적 검증과 제3자 평가를 의무화하도록 추진 중이다.
3. 영국: BP와 에너지 광고 규제
BP는 광고를 통해 자사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것처럼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회사의 투자 대부분이 석유와 가스 산업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영국 광고 표준 위원회(ASA)는 BP의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보고 광고 중단 명령을 내렸다. BP사는 2050년 탄소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저탄소 및 신재생에너지 신규사업 개발에 매년 5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고 기후변화 대응 연구개발 기금에 10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2023년 기준 BP사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약 6.4GW 수준으로 전체 발전량의 약4%이므로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4. 프랑스: 에너지 기업 Total의 탄소중립 주장
Total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와 탄소 배출 상쇄를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석유와 가스 생산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프랑스 환경단체들이 제기한 소송으로 인해 Total은 광고 중단 명령을 받았으며, 추가적으로 거짓 정보 제공 혐의로 프랑스 법원의 조사를 받았다. 이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왜냐하면 경영활동을 영위하는 기업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탄소배출 상쇄(배출권 구매)가 필수적이다. 다만 진정성있는 온실가스 감축노력과 함께 상쇄배출권을 구매하여 탄소중립을 달성하는가 아니면 감축노력 없이 배출권만 구매하는가에 따라서 비판을 받을 수는 있다.
5. 호주: 자동차 제조사 도요타(Toyota)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환경 친화적이라고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배출량이 여전히 상당하다는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호주 소비자 및 경쟁위원회(ACCC)는 도요타의 광고를 허위로 간주하고 벌금 부과와 광고 중단 명령을 내렸다. 호주 정부는 자동차 산업을 포함한 모든 지속 가능성 주장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국가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 내연차보다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있으나 전기차 및 수소차와 비교하면 배출량이 높다. 물론 EU나 국내의 녹색분류체계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은 해당되지 않지만 비교대상 베이스라인과 전환과정의 기여도를 고려할 필요는 있다고 판단된다.
그린워싱에 대한 국내기업 인식
놀랍게도 국내 그린워싱 사례에 대한 적발 건수는 2021년 약3백건에서 2022년 이후 매년 4천~5천건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과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을 개정해 2023년 9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또한 ‘사업자를 위한 환경 관련 표시․광고 셀프 체크리스트’가 개발되어 사업자 스스로 법 위반 가능성을 점검할 수 있다.
그러나 2024년 대한상의가 국내 기업 중 100개사를 대상으로 ‘그린워싱에 대한 기업의견’을 조사한 결과, 그린워싱 기준에 대해 ‘매우 잘 안다’는 답변은 10%, ‘어느 정도 안다’는 26%, ‘보통’은 19%, ‘잘 모른다’는 43%, ‘전혀 모른다’는 2%로 나타났다. 즉 구체적인 그린워싱 규정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의견이 절반에 달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시행 중인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두 가지 규정에 대해 ‘둘 다 모른다’는 응답이 57.0%로 가장 높았고, ‘두 가지 규정 모두 알고 있다(24.0%)’, ‘환경부 고시만 알고 있다(19.0%)’, ‘공정위 지침만 알고 있다(0.0%)’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 기업들의 36.0%가 자사의 그린워싱 대응 수준이 ‘낮다’고 응답하여 규정에 대한 인식수준과 대응수준이 모두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를 통하여 그린워싱 사례적발건수의 증가추이가 왜 나타나고 있는지 알수 있다. 또한 그린워싱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어떤 조치들을 시행할 계획인지 묻는 질문에는 ‘별도 대응 계획 없다(41.0%)’는 응답이 가장 많아 그린워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 상황이다.
탄소시장의 그린워싱 충격
자발적 탄소시장(Voluntary Carbon Market, VCM)은 기업들이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배출권을 구매하거나 상쇄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시장이다. 현재까지 자발적 탄소시장의 방법론 표준은 주로 VERRA의 VCS(Verified Carbon Standard)가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조사결과 VERRA의 인증 체계와 그 배출권의 실제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VERRA가 인증한 산림 보존 프로젝트(REDD+)는 "산림 파괴를 막아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목표하에서 정당성을 부여받고 있었다. 그러나 2023년 가디언과 독일의 비영리 언론 Die Zeit, 소스머티리얼(SourceMaterial)이 공동 조사한 결과 검토된 프로젝트의 94%가 실질적인 환경 개선 효과가 없거나 과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 보존으로 인해 실제로 방지된 탄소 배출량이 보고된 것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즉 일부 프로젝트에서는 이미 보존되고 있는 산림을 보호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추가 감축 효과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배출권을 발행받았다.
또한 REDD+ 프로그램은 산림 개발로 인한 탄소 배출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배출권을 발행하지만, 실제로는 해당 지역의 산림이 개발될 계획이 없었음에도 배출권이 발행된 경우가 많았다. 이는 가상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허구적인 배출 감축을 주장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VERRA가 인증한 브라질 아마존 지역의 REDD+ 프로젝트 중 다수가 "보존된 산림"에 대해 배출권을 발행하였으나 해당 지역은 산림 파괴 위험이 낮아 추가적인 보호 조치가 필요하지 않았다. 이러한 여파는 탄소 배출권 구매 기업들인 구글, 디즈니, 쉘 등 글로벌 대기업들의 탄소중립 활동에 영향을 주었고 이후 탄소시장 전체에서 배출권 구매활동을 위축시켰다.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ICVCM(Integrity Council for the Voluntary Carbon Market)과 같은 국제 기구가 자발적 탄소 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인증 기준을 강화하고, 과학적이고 검증 가능한 상쇄 효과를 요구하는 표준화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탄소시장의 신뢰성을 회복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고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적인 옵션이 사라지는 영향을 미치게 되어 “넷제로”와 “그린워싱”에 더욱 취약하게 되었다.
그린워싱의 제도적 보완책, 녹색분류체계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는 금융 및 기업 활동의 친환경성을 평가하고 정의하기 위한 분류 체계로, 그린워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U에서 처음으로 개발되었다.
2019년 유럽연합(EU)은 그린워싱 방지와 지속 가능한 투자 확대를 목표로 EU Taxonomy Regulation을 도입하였고 기업과 금융기관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활동"을 주장하려면, EU 녹색분류체계 기준에 따라 과학적이고 투명하게 입증해야 한다. 이를 위한 환경 목표 6가지는 (1) 기후 변화 완화, (2) 기후 변화 적응, (3) 수자원 관리, (4) 자원 효율화 및 순환 경제, (5) 오염 방지, (6) 생물 다양성 보호이며 초안은 기후변화완화와 적응 관점에서 기여도가 높아야 하며 다른 환경목표들의 성과를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 국내에서는 EU 체계를 참고하여 2021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를 개발하였고 2023년 2월 업데이트 버전을 발표하였다. 완전한 친환경 경제로 전환되기 전 과도기적인 기술을 허용하여 LNG 발전이나 원자력발전이 포함되기도 하였다.
주목할 점은 과연 녹색분류체계가 그린워싱을 방지할 수 있는 솔루션이 될 것인가 여부인데 긍정적 측면은 다음과 같다.
1. 그린워싱 방지
모호하거나 과장된 환경 주장을 방지하여, 친환경 활동의 신뢰도를 높이리 수 있다. 또한 투자자와 소비자들에게 명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단, 실제로 녹색분류체계의 기준은 여전히 모호한 부분들이 존재하여 기업이 녹색분류 확실성을 증명하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2. ESG 투자 촉진
금융기관은 녹색분류체계를 활용해 지속 가능 금융 상품을 개발하고, 친환경 기업에 자금을 배분할 수 있다. 또한 투자 결정의 기준을 제공하여 ESG 투자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3. 정책 일관성 제공
국가와 기업의 지속 가능성 목표를 조율할 수 있는 명확한 틀을 제공한다. 정책적 관점에서 환경 및 기후 목표와 산업 전략 간의 연계를 강화할 수 있다.
4. 산업 전환 촉진
기존의 탄소집약산업이 친환경산업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특히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전환 활동"을 인정하여, 탄소 집약적 산업의 점진적 전환을 지원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장애 요인 역시 존재하며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복잡성과 이해 부족
녹색분류체계 기준이 과학적이고 세밀하게 설계되어, 기업과 금융기관이 이를 이해하고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온실가스의 경우 배출량만 계산해왔었는데 전과정분석(LCA)을 통한 접근이 필요하다. ESG 경영과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은 대응이 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2. 산업 간 이해관계 충돌
일부 산업(예: 석유, 가스, 원자력)은 자신들의 활동이 녹색분류체계에서 친환경으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논란이 될 경우 경제적 타격이 되므로 협회 차원 등 반발하는 경우가 많다. EU에서는 원자력과 천연가스 포함 여부를 둘러싸고 회원국 간 갈등이 발생한 바 있다.
3. 국가 간 차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한국의 산업 특수성을 반영하고자 했지만 글로벌 기준과 차이가 나는 경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다국적 기업들은 서로 다른 기준에 맞춰야 하므로 복잡성이 증가하며 자금을 투자하는 금융기관 관점에서도 호환성을 고려해야 한다.
4. 데이터 부족과 검증 문제
기업의 환경 성과 데이터를 수집하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ESG 경영 과정에서 이미 많은 자원이 투입되고 있는데 녹색분류체계는 기업의 부담을 증가시킨다. 신뢰성 있는 제3자 검증 시스템이 부족하면, 그린워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비용 부담을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참고로 금융위원회는 2024년 12월 환경부, 금융감독원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를 여신에 적용하기 위한 '녹색여신 관리지침'을 제정하였다. 녹색여신 관리지침은 금융회사가 취급하는 여신이 녹색경제활동에 적합한지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으로, 자금의 사용목적이 녹색분류체계에 부합하고, 해당 지침의 내부통제 기준을 준수해 취급되는 여신이 그 대상이 된다. 녹색여신 취급 내부통제 기준과 관련해서는 금융회사가 취급하는 여신이 녹색분류체계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와 절차 및 근거 등을 상세히 제시하고, 금융회사 내부에 녹색여신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녹색여신 책임자를 지정할 수 있게 했다. 금융사는 기업 등 자금 사용 주체를 대신해 녹색분류체계 적합성 판단을 할 수 있다. 녹색분류체계 판단 기준 중 배제기준(환경피해를 유발하지 않는지 여부), 보호기준(관련 법규 준수 여부)은 채무자의 확인서 등으로 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단, 녹색금융 취급이 초기인 점을 고려해 금융사들이 자발적으로 여신 업무에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나 향후 의무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린워싱과 ESG 투자
2024년 11월 <부산일보>는 한국거래소에 등록된 국내 녹색채권 전수 조사를 벌여, 각 채권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구별해 분석하고 이를 부산닷컴(www.busan.com)에 공개했다. 분석 대상은 2018년 국내 첫 녹색채권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6년간 발행된 361건의 채권이며, 총발행액은 33조 5561억 원이다. 조사결과 채권 발행액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하로 나타났다. 녹색채권은 수소 에너지 프로젝트에도 상당한 투자를 했는데, 모두가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그레이수소’ 사업이었다(녹색분류체계에서는 그린수소를 인정, 전환단계에서는 블루수소 인정). 국내 산업 현장에서 녹색채권을 활용하는 경우는 절반 이상이 전기차 등에 쓰이는 배터리 관련이었다. 데이터센터·쇼핑몰·고층 타워 등 전력 소비가 큰 시설을 짓는 데에도 녹색채권이 투입됐다.
자금의 흐름이나 외부 공시 내용 등에서 신뢰성을 훼손하는 경우도 다수 발견되었다. 같은 프로젝트에 투자하면서 채권마다 탄소 저감 효과 등이 다르게 표기돼, 공시 내용의 허술함이 드러나기도 했다. 녹색채권이 특정 회사에 대한 출자금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녹색 프로젝트 투자보다 특정 기업에 대한 지배력 강화가 실제 목적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었다. 공기업이 가장 많이 투자한 분야는 ‘그린워싱’ 논란의 LNG 발전소 투자 사업이나 국내 녹색분류체계에서는 전환부문으로 인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2030~2035년까지 공사계획을 인정받은 설비에 대해서는 그린워싱의 공격에서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문제는 ESG 목표를 내세운 상장지수펀드(ETF)가 최근 정치 및 규제 반발 속에서 재브랜딩되거나 폐지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인텐셔널 리빙 FP의 최고경영자(CEO) 짐 크라이더는 ESG에 특별히 투자하려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사를 제외하고는 관련 마케팅이 거의 사라졌다고 언급하고 있다. 특히 ESG 펀드가 주장하는 지속 가능성을 과장하는 '그린워싱' 문제가 제기되며, 규제 당국은 이를 단속하기 시작해 투자가 위축됐다는 평가이다. 기업들이 본래 의도했던 환경적 성과에 미치지 못하거나 펀드가 기대했던 수익률을 내지 못하자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ESG ETF들이 석탄,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 추출 기업 및 담배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들에 투자하고도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그린워싱 문제를 지적하였다. 이와 같이 ESG 투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서 ETF 명칭에서 'ESG'나 '지속 가능'이라는 용어를 제거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소결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 하에서 녹색금융 규모는 2009~2013년 6조원~17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그러나 최근 ESG 채권 및 펀드의 그린워싱 이슈와 같이 실질적으로 엄격한 의미의 친환경 기준을 만족한다고 볼 수 없다. 기업의 과도한 마케팅으로 친환경을 활용하는 측면에서는 그린워싱을 견제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기업경영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그린워싱으로 분류해버리는 오류도 존재한다. 기업의 자발적 활동으로 매우 중요한 두 축이 “탄소중립”과 “RE100”이라고 한다면 자발적탄소시장의 신뢰성 저하로 인해 탄소중립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고 RE100 역시 기업의 다른 활동에서 비친환경성이 드러난다면 그린워싱으로 공격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각국의 그린워싱 규제까지 강화되고 있는데 기업들은 이에 대한 인식과 대응전략도 부족한 상황이다. 한 편에서는 녹색분류체계와 녹색채권을 통하여 저탄소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는데 한 편에서는 그린워싱으로 인한 규제가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모순적이기 보다는 균형을 맞추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고 기업은 그 동안 긍정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았던 ESG 활동을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분류하고 신뢰할 수 있는 근거하에서 대외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