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 톺아보기]지속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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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R이란

ESPR(Ecodesign for Sustainable Products Regulation)은 EU의 ‘지속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을 말한다. 2024년 7월 18일 발효된 이 규정은 기존 에너지사용제품 중심의 에코디자인 지침을 전면 강화·확대한 EU 법률이다. 제품의 설계·개발 단계부터 폐기·재활용 등 전 과정에서 내구성, 재사용성, 수리용이성 등 환경친화적 설계요건을 부과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제품을 EU 시장의 표준으로 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마디로 “제품을 처음부터 지속가능하게 설계하도록 의무화”하여 순환경제와 친환경 혁신을 촉진하는 핵심 규제이다.




도입 배경

ESPR이 도입된 배경에는 EU의 그린딜(Green Deal) 정책과 순환경제 이행계획이 있다. EU는 2019년 그린딜 발표 이후 2020년 신순환경제 실행계획을 통해 제품 전반에 순환경제 개념을 적용하고 지속가능한 제품 디자인 체계 구축 및 폐기물 감축을 추진해왔다. 기존 에코디자인 지침은 냉장고 등 일부 전자제품의 에너지효율 향상에만 초점을 맞췄으나, 기후변화 대응과 자원낭비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포괄적인 제품 환경성과 개선이 요구되었다. 이에 2022년 3월 EU 집행위가 에코디자인 지침을 모든 상품으로 확대하는 규정 개정안을 제안했고, 2023년 말 EU 의회·이사회 승인 후 2024년 중반 ESPR이 공식 발효되었다.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제품이 시장의 새로운 기본값”이 되도록 함으로써, EU의 2030년까지 자원순환율 제고, 탄소중립 및 에너지효율 목표 달성을 뒷받침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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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내용 및 적용 구조

 

  적용 대상  

ESPR은 일부 예외를 제외한 모든 물리적 제품에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EU 시장에 출시되거나 서비스에 사용되는 최종제품은 물론, 부품·중간재와 디지털 콘텐츠까지 범위에 포함된다. 다만 식품, 의약품, 사료, 의약품 등 다른 법률로 이미 규제되거나 국방·안보 관련 제품, 우주산업 제품 등 특수 목적의 품목은 적용이 면제된다. EU 집행위원회는 향후 위임입법(delegated acts)을 통해 제품군별 세부 에코디자인 요건을 제정할 계획이며, 환경영향이 큰 섬유의류, 가구, 철강·알루미늄, 화학물질 등의 품목군이 우선 검토되고 있다.


  에코디자인 요건  

이 규정은 제품에 요구되는 지속가능성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기존에는 에너지효율 위주였던 요건이 이제 내구성, 재사용·재활용 가능성, 수리 및 업그레이드 용이성, 자원효율, 탄소·환경발자국 저감 등으로 확대된다. 예를 들어, 의도적으로 제품 수명을 단축시키는 설계(일명 조기 노후화)를 금지하고 수명이 길도록 설계해야 한다. 또한 제품에 포함된 유해물질(우려물질)의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을 방해하는 물질은 추적·관리하도록 요구한다. 이러한 요건은 제품별 특성에 맞게 정해지며, 추후 위임입법을 통해 구체화된다.


  공급망 및 적합성 평가  

규제 적용 대상 제품의 제조업체는 제품 설계 단계부터 규정 요건을 충족하도록 개발해야 하며, 완제품에 대해 적합성 평가를 수행하고 기술문서를 구비해야 한다. 평가 결과 요건에 부합하면 CE 마크를 부착하여 EU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 수입업체 역시 제조사의 적합성 평가 및 CE마크 부착 여부를 확인하고 관련 문서를 보관해야 한다. 이밖에 유통업자, 대리인, 물류업자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각 단계에서 규정 준수 의무를 지며, 당국 요청 시 필요한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즉 제품의 생산-유통-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공급망 전체가 규제 준수를 담보해야 한다.


  디지털 제품 여권(DPP)  

ESPR의 핵심 중 하나는 제품별 디지털 여권 도입이다. 이는 제품에 대한 전 생애주기 정보를 담은 전자 데이터패스포트로, QR 코드 등의 형태로 제공된다. 여권에는 제조사 정보, 제품 규격과 사용설명서, 지속가능성 점수(예: 수리용이성, 내구성 지표), 유해물질 포함 여부, 재활용 방법 등의 데이터가 담길 예정이다. 이 정보는 EU가 구축하는 중앙 DPP 레지스트리에 저장되며, 소비자와 당국이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된다. DPP 도입으로 제품의 환경성과 관련 정보 공시 의무가 크게 강화되어, 소비자는 상품의 지속가능성 정보를 손쉽게 확인하고 기업은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DPP가 적용된 제품군의 경우 여권이 없는 제품은 EU 내 판매가 금지되므로 기업들은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미판매품 폐기 금지 및 정보공개  

판매되지 않은 제품을 폐기하는 관행을 막기 위한 조치도 포함되었다. 특히 의류와 신발 분야에서 2026년 7월 19일부터 미판매 재고를 폐기하는 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그 외 업종의 경우도 대기업은 폐기되는 재고의 수량과 무게, 폐기 사유를 매년 공개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이는 그간 전자상거래 등으로 발생한 재고 폐기에 따른 낭비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치이다. 추후 의류 외에 전자제품 등 다른 분야로도 폐기 금지 확대가 검토될 수 있어 기업의 재고 관리 및 재활용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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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및 한국 동향

EU의 ESPR 도입으로 글로벌 제품 환경규제의 새 기준이 형성되고 있다. 미국, 중국 등 다른 주요국도 제품 에너지효율 기준이나 유해물질 규제는 있지만, EU처럼 모든 산업제품에 지속가능성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는 아직 없다. 따라서 EU 시장에 진출하는 해외 기업들은 사실상 EU 표준을 글로벌 표준처럼 준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의 제조기업들은 ESPR 미준수 시 EU 수출이 불가능하므로, 제품 설계부터 공급망까지 대비가 필수이다. 2024년 규정 발효 이후 국내 업계와 정부도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5년 7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주한EU대표부가 EU-한 에코디자인 포럼을 개최하여 정책 공유와 협력을 논의했고, 무역협회(KITA) 등 기관들은 기업 대상 세미나를 통해 ESPR 주요내용과 대응방안을 전파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자원순환법 등 관련 제도에 에코디자인 개념을 접목하거나 디지털제품여권 시범사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요컨대 EU발 규제에 선제적으로 적응하는 것이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며, 한국을 포함한 각국 기업들의 공급망 전반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앞으로 EU 집행위가 2025년에 발표할 품목별 우선순위 작업계획 및 2027년경 예상되는 첫 제품군별 세부규정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국제표준화 논의에 목소리를 내어 자사 산업 특성이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SG 실무자를 위한 체크포인트

ESPR 시행에 따라 기업 실무자들은 다음 사항들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 제품 설계
신규 제품 개발 시부터 내구성, 수리용이성, 재활용성 등 지속가능성 요소를 설계 기준에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의도적 수명단축 금지 등 규제사항을 제품 설계에 반영하여 조기 노후화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


· 공급망 관리
원부자재 및 부품 단계에서 유해물질 사용 여부, 재활용 소재 활용 등을 확인하고 관리해야 한다. 주요 공급업체들의 지속가능성 리스크를 평가하고, 필요시 대체 소재를 확보하거나 협력사를 전환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또한 전체 밸류체인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공급망으로부터 제품 환경정보를 수집·통합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 규제 준수 프로세스
EU 수출을 위해 제품별 에코디자인 요건 충족 여부에 대한 적합성 평가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CE 인증을 획득하여 표시해야 한다. 평가보고서와 기술문서 등 증빙자료를 작성·보관하고 향후 감독 당국 요구 시 제출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아울러 위임입법 동향에 따라 요건 변화가 있을 수 있으므로 법규 업데이트를 지속 모니터링해야 한다.


· 정보 공시 및 DPP 구축
디지털 제품 여권 대응을 위해 자사 제품의 생애주기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제조사 정보, 제품의 소재 구성, 에너지 소비량, 수리 매뉴얼, 친환경 인증 등 요구될 수 있는 데이터를 미리 정비한다. 각 제품에 QR코드 등을 부착해 소비자와 당국이 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EU의 중앙 DPP 레지스트리와 연계할 수 있는 IT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 소비자 투명성 강화
제품 라벨, 웹사이트, 설명서 등을 통해 제품의 지속가능성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수리용이성 점수, 재생원료 함량, 탄소발자국 등의 정보를 소비자가 알기 쉽게 표시함으로써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이는 규제 준수 차원을 넘어 ESG 경영의 일환으로 소비자와 투자자의 긍정적 평가를 얻는 데도 도움이 된다.


· 재고 및 폐기물 관리
의류·신발 등 미판매 재고 폐기 금지 규정에 대비해, 재고품을 폐기하지 않고 재사용하거나 기부·재활용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 판매 예측을 고도화하고 재고를 최소화하는 전략도 병행한다. 향후 전자제품 등 타 산업으로 폐기 제한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제품 회수 및 재제조(reverse logistics) 체계를 구축하는 등 선제적 노력이 요구된다.


이상의 체크포인트를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데는 시간과 자원이 소요되므로, 조기에 대비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디지털 제품 여권 시스템을 선점 구축하고 공급망 전반의 데이터를 확보해 두면 향후 경쟁사 대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ESPR은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제품 설계에서 폐기에 이르는 기업 경영 전반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요구하고 있다. 기업의 ESG 담당 실무자는 이를 리스크이자 기회로 인식하고, 조직 내 제품개발·품질·환경안전·공급망 부서와 긴밀히 협업하여 차세대 시장 요구에 부합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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