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 트렌드]ESG는 우리의 먹거리를 어떻게 변화시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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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가 먹거리에 만든 가장 큰 변화는 단순히 친환경 식품을 늘린 것이 아니다. 소비자는 원료와 생산방식, 포장, 동물복지를 보기 시작했고, 농가는 비료와 에너지 사용, 메탄 배출을 관리하며, 식품기업은 공급망의 원산지와 환경 영향을 입증해야 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다만 이 변화를 ESG만의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가격과 건강은 여전히 강력한 구매 요인이며, 실제 소비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향 사이에도 간극이 존재한다.




소비자 관점, 가치소비는 커졌지만 가격을 이기지는 못했다

PwC의 2024년 31개국 소비자 조사에서 80%가 지속가능하게 생산되거나 조달된 상품에 추가 비용을 낼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평균 지불의향 프리미엄은 9.7%였다. 그러나 식품 선택에서 환경 영향을 고려한다는 응답은 19%에 그쳤고 건강과 가격의 영향이 더 컸다. 즉 지속가능성은 구매 기준으로 자리 잡았지만 단독으로 구매를 결정하는 기준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2024년 저탄소 농산물 인증 인지도는 84.8%였고, 주요 9개 유통업체의 최근 5년 판매액은 3,707억원이었다. 정부가 동시에 판로 부족과 소비자 인지도 정체를 정책 과제로 지적한 것은 높은 인지도가 곧바로 반복 구매를 의미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농업 생산 유통, 탄소가 원가와 공정의 문제가 됐다

IPCC는 2018년 식품시스템이 세계 인위적 온실가스의 약 31%를 배출한 것으로 추정한다. 농업뿐 아니라 가공, 냉장, 포장, 운송, 폐기까지 관리 대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농업과 토지 이용 밖에서 발생하는 식품시스템 배출 비중은 1990년 28%에서 2018년 39%로 높아졌다. 국내에서는 저탄소 농산물 인증 농가가 2025년 상반기 1만1,690호까지 늘었고, 제도 도입 이후 2024년까지 누적 65만4천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실적이 집계됐다. 초기 저탄소 축산 인증 사례에서는 돼지 농장이 일반 농장 대비 평균 29%, 젖소 농장은 평균 18% 낮은 배출량을 기록했다. 다만 이는 인증 농가 사례이므로 전체 축산업의 평균 감축률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정책 인증 규제, 이제는 팔기 위해 증명해야 한다

국내 정책은 친환경 인증을 넘어 저탄소 농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2025년 경종 분야 저탄소 농업 프로그램에는 약 1만5천 농가가 4만5,400ha를 신청했고, 정부는 논물 관리, 바이오차, 가을갈이 등에 비용을 지원했다. 축산에서도 2026년 저메탄 사료, 질소 저감 사료와 분뇨처리 개선 등에 대한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수출기업의 변화는 더 직접적이다. EU 산림전용방지규정 EUDR은 소, 코코아, 커피, 팜유, 고무, 대두, 목재와 관련 제품에 대해 산림전용 여부와 생산지 추적을 요구하며, 대기업과 중견기업에는 2026년 12월 30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또 EU 포장 및 포장폐기물규정 PPWR은 2026년 8월 12일부터 일반 적용돼 식품 포장 설계와 재활용성 관리에도 영향을 준다. ESG가 마케팅 문구에서 원료 구매, 데이터 관리, 포장 설계의 운영 요건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주목할 수치

친환경, 유기, 저탄소, 동물복지 식품을 모두 합친 공통의 ‘ESG 식품시장’ 정의는 없어 국제 시장규모는 유기식품을 대리지표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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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먹거리 세 가지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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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식당 | 이태원의 짜장면에서 시작된 비건의 진입로  

서울 이태원의 비건 식당 ALT.a 테이블에는 한국인에게 매우 익숙한 두 그릇이 올라왔다. 하나는 대체육 "veef"를 튀겨 매콤새콤한 간장 소스에 낸 유린육, 다른 하나는 된장과 대체육을 활용한 짜장면이었다. 코리아타임스 백병열 기자는 두 메뉴를 직접 먹고 일반적인 인기 아시아 음식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 식당을 운영하는 대체식품 업체 ALTist가 선택한 전략은 낯선 친환경 음식을 새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짜장면과 탕수육의 문법 안으로 대체단백질을 넣는 것이었다. 매니저 Lucia Lee는 손님 가운데 비건 식당인 줄 모르고 들어온 사람도 많다며, 나중에 알게 된 손님들이 "비건 음식이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고객층은 건강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에 한정되지 않았고, 한국 드라마에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보고 먹어보고 싶었던 외국인 비건 관광객도 찾았다. 여기서 ESG는 "고기를 포기하라"는 훈계보다 소비자가 이미 좋아하는 맛과 문화적 기억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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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장에서 식탁까지 | 셰프가 화요일마다 제주 농장을 찾는 이유는 맛과 폐기를 동시에 관리하기 위해서다  

제주 대정읍의 작은 비화학 재배 농장 "골래기" 온실에는 버터헤드 상추, 브로콜리니, 오크라, 치커리, 야생 루콜라, 비트, 오이가 줄지어 자라고 있었다. 농부 양경애 씨는 김녕에서 레스토랑 Last Spring을 운영하는 당시 33세 셰프 강병욱 씨에게 지난번 버터넛 스쿼시가 어땠느냐고 물었다. 강 셰프는 "작게 썰어 수비드했는데 부드러웠지만 씹을수록 단맛이 줄었다"고 답했다. 이 짧은 맛 평가는 다음 농사의 재배 방식 논의로 이어졌다. 강 셰프는 쉬는 날인 화요일이나 수요일이면 거의 매주 농장을 찾아 작황과 수요를 이야기하고 채소를 실어 갔다. 농부에게 빨리 써야 할 잉여 농산물이 생기면 셰프가 사들여 계절 메뉴나 곁들임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농장에서 갓 딴 레인보 비트를 맛본 뒤 차에 채소 상자를 싣고 1시간 반을 달려 김녕으로 돌아가면, 바깥에는 검은 현무암과 파도가 있고 식탁에는 톳 스낵, 제주 두부, 제주 흑돼지 하몽, 무화과와 야생 루콜라 같은 재료가 올라갔다. 강 셰프는 섬 안 약 여섯 농장을 정기적으로 찾아 꿀, 감자, 콜라비, 바질, 토마토 등을 조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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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구내식당 | 저탄소 돼지고기가 마늘종비빔밥과 라구파스타가 된 순간  

2026년 7월 현대그린푸드는 저탄소 인증을 받은 돼지고기 뒷다릿살을 기업 단체급식에 도입했다. 발표된 메뉴는 돈육마늘종비빔밥, 제육양배추덮밥, 돈육라구파스타였다. 즉 사내 식당 이용자는 별도의 "기후 음식"을 주문하기보다 평일 점심에 익숙한 비빔밥과 덮밥, 파스타 안에서 인증 원료를 접하게 된다. 회사는 연간 30톤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현대그린푸드가 단체급식에 사용하는 돼지고기 뒷다릿살의 약 10%에 해당한다. 2021년부터 운영한 저탄소 식단 프로그램은 약 600개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으며, 농민신문이 농림축산식품부 발표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그린푸드의 전국 사업장은 하루 평균 약 65만 끼를 제공한다. 저탄소 인증은 생산 과정에서 탄소감축 기술을 적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균 10% 이상 줄인 축산물을 대상으로 한다고 정부가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생산량이 늘어나는 데 맞춰 물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기업 실무 시사점

첫째, 제품별 ESG 우선순위를 다시 정해야 한다. 모든 원료를 똑같이 관리하기보다 축산물, 쌀, 팜유, 대두, 코코아, 커피처럼 탄소나 산림 리스크가 큰 원료부터 배출량과 생산지를 추적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둘째, 지속가능성 프리미엄을 매출계획에 그대로 넣어서는 안 된다. 소비자의 지불의향은 존재하지만 실제 식품 구매에서는 가격과 건강이 강하게 작동하므로 맛, 품질, 영양, 가격경쟁력과 ESG 가치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셋째, 공급업체 계약에 데이터 요건을 넣어야 한다. 원산지, 농장 위치, 인증, 감축기술, 배출량 산정 근거를 구매 데이터와 연결해야 EUDR 같은 규제뿐 아니라 고객사의 Scope 3 요구에도 대응하기 쉬워진다. EUDR이 실제 생산지 추적과 실사 증빙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이는 수출기업의 선제적 대응 과제가 된다.

넷째, 포장과 폐기까지 제품 원가로 관리해야 한다. 식품시스템 배출은 농장 밖에서도 상당 부분 발생하고 EU의 포장 규제도 강화되는 만큼, 재활용 가능성, 포장 감량, 물류 효율과 식품 폐기를 하나의 제품 설계 문제로 다룰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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